월간지 201-250 233호 저는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둘이 하나 부부일기] 저는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8

“신부 이명옥 양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김수민군을 그대의 남편으로 맞아 그대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이 광야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난할 때나 어려울 때나, 병들어 있을 때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편을 존경하고 끝까지 순종하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며, 죽음이 갈라놓기 전까지는 일생 동안 함께하기로, 살아계신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앞에서 맹세합니까?”

하나님 앞과, 목사님 앞과, 하객분들 앞에서 이 맹세에 “아멘”할 때, 제 마음과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왜냐하면, 도무지 나 자신은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인간의 결단과 맹세가 얼마나 모래성같이 쉽게 무너지는 것인지를 살아오는 동안 꾸준하게 배워왔지요. 하지만 저는 거짓되고 이중적인 마음으로 ‘아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아멘’은 나의 영혼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고 죽음보다 더 강한 사랑으로 나를 붙드실 주님을 의지하며 끝까지 끈질기게 주님의 구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의미의 ‘아멘’이었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의 연약함과 속절없음과 죗된 본성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좌절하지 않고,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겸손하게 주님을 의지하고 주님의 뜻 가운데 순종하는 가운데서 내 영혼을 미쁘신 창조주께 의탁드리겠다는 의미의 맹세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맹세는 저에게 있어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가슴 벅찬 고백이었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예수님께 완전한 굴복과 헌신을 서약하지 않은, 예수님의 신부가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속엔 예수님을 사랑하고, 그분께 순종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항상 그와 동시에 삶의 치열함과 끝나지 않는 투쟁 가운데서 탈영병처럼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두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늘 방황하고, 생기가 없고, 무섭고, 우울했습니다. 수민형제님과 교제하면서, 저의 이러한 불신앙과 어두움이 형제님의 신앙을 방해하게 되고, 형제님의 삶에 무거운 짐이 될 거란 생각이 들어서 도저히 형제님을 더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이나 그만두자고, 헤어지자고 이야기했었지요. 그렇게 얘기할 때, 제 심장에 구멍이 나는 것처럼 아파왔습니다.

너무 아파서 스스로도 깜짝 놀랐지요. 마음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눈물이 수도꼭지 틀은 것 마냥 하염없이 쏟아졌습니다. 숨통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지요. 그때 저 자신이 형제님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형제님에게 저의 모든 허물과 예수님께 대한 저의 신앙이 두 마음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나서, 무너진 자존심과 수치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한다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울고 있는데 형제님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자매님, 예수님을 놓지 마세요. 예수님을 포기하지 마세요. 자매님이 지금 당장 예수님을 떠날 생각이 없다면, 예수님이 자매님을 회복시켜 주시고 변화시켜 주실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저는 자매님이 예수님을 절대 포기 안 할 거라고 믿어져요. 저 또한 그럴 거예요. 저는 완벽한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에요. 예수님 안에서 서로 부족하지만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함께 자라갈 수 있다고 믿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모습과 불 신앙적인 모습들이 형제님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지나 않을까, 다른 사람을 실족케 할 바에야 차라리 연자맷돌을 목에 걸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낫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엄숙한 음성이 들렸지만, 저의 모든 허물과 두 마음을 품고 있었던 죄를 다 알아버리고도, 저를 믿는다고, 또 저를 붙드시는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해주는 형제님을 더 이상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형제님의 순수하고 담대한 신앙적 모습이, 처음엔 저 자신을 정죄하는 칼처럼 느껴졌었는데, 어느새 형제님의 그런 모습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 문제로 형제님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고, 형제님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제가 직접 예수님께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 받지 않으면 이웃에게 나누어 줄 사랑이 저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신앙의 동기는 거듭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에 감동이 되었다는 것보다는, 형제님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모나고 못난 저라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바라봐 주고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해주는 고마운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라는 동기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럽고 순결함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당신의 보배로운 피로 죄를 용서받고, 은혜의 보좌 앞으로 담대히 나아가 참된 안식과 기쁨을 누리라고 초청해주시는 주님의 한없는 긍휼을 힘입어, 담대함을 가지고 이 광야 같은 세상을 살아가려 합니다. 이제는 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사랑해주는 남편과 가족들과 이웃들을 위해서 예수님을 의지하고, 예수님의 사랑을 구하려 합니다.

아직은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정도의 마음 크기이지만, 주님께서 자라나게 하시면, 언젠가는 제 마음도 바다만큼 넓고 깊어져서 흉악한 죄인을 대신해 십자가에 못 박힐 수 있는 정도의 넓이와 깊이와 높이로 자라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안고 오늘도 기도합니다.

제자가 그 스승보다 높지 아니하고 종이 자기 주인 위에 있지 못하나니 제자가 자기 스승과 같이 되고 종이 자기 주인과 같이 되면 그것으로 족하니라.”(마10:24,25)

그러므로 우리에게 큰 대제사장이 있으니 승천하신 자 곧 하나님 아들 예수시라. 우리가 믿는 도리를 굳게 잡을지어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한결같이 시험을 받은 자로되 죄는 없으시니라.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히4:14-16)

댓글 남기기

메시지를 입력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