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지 201-250 229호 엄마의 눈물과 아들의 격려

[부모와 자녀] 엄마의 눈물과 아들의 격려

8
0

아이들의 성장환경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들을 지나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시키는 것이라면 노래든 율동이든 뭐든지 하던 어린 시절을 지나 초등학생이 되면 낯을 가리고 쭈뼛쭈뼛해지더니 급기야는 학교에 찾아오는 것도 부담스러워하는 고교시절을 보내고 이젠 정말 부모의 손길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성인이 되어 입에서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를 입버릇처럼 내뱉는 어른아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허한 마음마저 들 때가 있지요..

지난 월간지에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25년을 되돌아보며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참으로 석고대죄(席藁待罪)를 하고 싶었던 마음을 글로 정리한 것을 두어 달이 지난 며칠 전에 큰아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두 형제가 입만 열면 “엄마는 흰색물건을 놓고도 이상한 논리로 검은색이라고 결론짓더라도 아무런 반박을 못한다”는 둥, “엄마의 궤변만 이길 입담이 있다면 정치인이 되어도 성공할 거라”는 둥, 칭찬 같지만 엄마에게 늘 당하는 억울함을 그렇게 토로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씩 엄마의 말문을 막는 대화에 성공할 때면 은근히 쾌재를 부르며 신나 하던 아들들이었습니다. 그런 일상을 보내다 보니 난 엄마라는 이유로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는데 참으로 인색한 엄마였어요.

그래서 그런지 막상 반성문(?)을 써놓고도 아들에게 보여줄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요즘 들어 부쩍 내 부탁을 잘 들어주는 큰아들에게 엄마가 지난날들을 되새기며 한번 써봤다면서 지난 월간지의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었어요. 가능하면 간단한 답장도 부탁한다는 멘트와 함께… 어제는 기다리던 답장이 왔어요. 엄마…..

석고대죄라는 단어를 보고 하루 종일 가슴이 아팠습니다. 완전하지 못한 이 땅에서 걸어온 발자국에 눈물 흘리시는 모습이 상상돼서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과거에 대한 제 머리 속 기억들도 그렇게 밝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어두운 기억들이 지금의 저를 어둡게 만들진 않았습니다. 예전엔 맘속에 원망이 가득했었습니다. 지금은 그 마음이 이해로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의에 대해 간절하셨는지 이해합니다.
엄마가 얼마나 구원에 대해 절실하셨는지 이해합니다.
엄마가 저를 사랑하셨기에 그런 행동들을 하셨다는걸 이해합니다.

어릴 적 억지로 읽고 썼던 성경 구절들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지 않지만 엄마가 전해주고자 한 신앙에 대한 태도는 새겨져 남아있습니다. 진리를 위해선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엄마의 말로 인해 저 또한 항상 진리를 찾아왔고, 지금까지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성경에선 하나님의 사랑을 다양한 모습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마의 행동들도 그 형태만 달랐을 뿐, 결국 그 안은 사랑이었음을 알고 있기에, 저도 엄마를 사랑하고, 엄마가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해요 엄마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난 그저 아들을 꽉 끌어안고 눈물짓는 이모티콘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 무릎을 꿇고 기도드렸습니다. 하늘 아버지…지금까지 이 아이를 돌보시고 곁길 가지 않도록 도와주신 그 은혜 감사드립니다. 늦게나마 부족한 어미의 실상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부모의 잘못된 사랑의 표현들로 인해 상처받았을 지난 기억들도 주님의 손길로 어루만져 주시옵소서.

이제 저는 육신이 쇠하여 가고 어머니라는 직분으로 살아온 세월 덕분에 주님의 마음을 더 깊이 경험하고 있지만 신체 건강하고 힘이 넘치는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아직 학업 중인 아들에게는 펼치고 싶은 꿈과 세상의 유혹들 속에 얼마나 많은 번민의 시간들을 보내야 할런지요…

저의 필요를 아시는 주님…저는 오늘도 그저 모든 걸 주님께 맡깁니다. 오 주여! 나를 받으사 온전히 당신의 것으로 삼으소서 나의 모든 계획을 당신의 발 앞에 놓나이다. 오늘 나를 당신의 일에 써 주시옵소서. 나와 같이하여 주시고 나의 모든 일이 당신 안에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라는 기도만 드릴 뿐입니다…

비록 그 대상이 아들이긴 했지만 누군가가 나의 의도를 알아주었다는 것 그리고 부족했던 과거의 처신들에 대해 용서받았다는 사실이 이렇게 많은 짐을 내려놓게 하고 마음에 기쁨과 희망이 가득해질 줄이야… 오늘 아침에도 아들에게서 메시지가 왔어요. 아마도 자기 답장 읽으면서 울고 있을 엄마에게 기분전환용 멘트인 듯합니다.

“엄마가 내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 생각나는 거 있으면 말해 달라 하셔서 생각해 봤는데요. 지금 생각나는 건 두 개 있는데 둘 다 대화 중에 기억 남는 말들이에요. 하나는, 복권 당첨이 되면 이거 이거를 할거라 고 말하니까 엄마가 ‘먼저 하나님께 십 분의 일을 드려야지’라고 얘기해준 거랑 다른 하나는, 우리 교인 중에도 국회의원처럼 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니까 엄마가 ‘하나님을 믿는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하니,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 의지해야지’라고 얘기해준 거 둘 다 무의식 중에 한 말들이었는데 엄마가 하나님에 대한 태도를 지적해줘서 그 때부터 제 신앙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던 것 같아요.”.

앗,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 아마도 지금 복권 얘기 꺼냈으면 복권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닐 거야~ 했을 텐데… 이렇게 우리 모자(母子)는 오늘도 서로의 사랑과 신뢰를 쌓아가는 중입니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 22:6).

댓글 남기기

메시지를 입력해주세요.
이름을 입력해주세요.